인체공학디자인 과목 수업의 프로젝트로 실버세대를 위한 손잡이 개선 이라는 주제가 주어졌다.
이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직접 노인이 되어 체험을 할 수 있는 성남고령친화체험관에 다녀왔다.
어린이 마냥 소풍 가는 것처럼 마음이 들떴다. 실제로 나이가 들면 어떤 느낌일까......?
아직까지는 밤샘을 하거나 술을 조금 많이 마시더라도 힘든 부분이 없는데, 나이가 들면 체력적으로 많이 힘들고, 그렇게 되면 자연스럽게 하고 싶은 일도 마음껏 하지 못 하고, 친구들과 어울려 술을 마시는 것도 힘이 들겠지. 이런 저런 생각을 하며 성남고령친화종합체험관에 도착하였다.
성남고령친화 체험관에 도착해서 가장 먼저 한 일은 지하 식당에서 점심을 먹는 일이었다.
실제로 지하에 위치하고 있지만, 앞이 뚤려 있어 지하라는 느낌이 안 들고, 잘 가꾸어진 화분들로 인해 기분까지 상쾌했다.
배가 고파서였는지 그 곳 밥이 맛있어서 였는지 밥이 정말 꿀맛이었다.
잡채, 닭갈비, 무국 어느 하나 맛있지 않은 반찬이 없었다.
마지막 밥 한 톨까지 싹싹 긁어먹고 후식으로 나오는 메밀차까지 한 잔 마신 뒤, 아주 행복한 기분으로 식당을 나왔다. 먹고 죽은 귀신이 떼깔도 좋다고 한 말이 불현듯 왜 떠올랐는지는 모르겠지만 나이가 들수록 몸에 좋은 음식을 먹어야겠다는 생각을 하였다.
1층으로 올라오면 이렇게 넓은 로비가 보이고, 한 쪽 켠에는 아담한 북카페도 자리잡고 있다.
체험관 투어를 시켜주실 예쁜 가이드(실제 나이로는 나보다 어릴) 언니가 도착하고,
일상생활용품 Zone부터 투어를 시작하였다.
손 떨림 때문에 숟가락이나 젓가락을 들기 힘드신 분들을 위한 구부러진 스푼, 포크에서부터
팔에 감아 사용할 수 있는 포크,
숟가락으로 음식을 풀 때, 음식이 그릇 밖으로 떨어지는 것을 막아줄 수 있는 한 면이 높은 접시도 있었다.
바닥면에는 실리콘이 있어 잘 미끄러지지 않게 디자인 되어 있다.
음료를 흘리지 않고 잘 마실 수 있도록 디자인된 빨대컵들도 있었고,
손잡이 부분이 두껍게 되어 있어, 그립감을 개선한 컵,
고개를 뒤로 잘 젖히지 못 하는 사람을 위해 코가 닿을 위치를 뚤어놓은 컵도 있었다.
팔을 뒤로 잘 돌리기 힘든 사람들을 위해 파스를 기계 사이에 끼워 한 번에 붙일 수 있도록 발명된 제품도,
골전도 전화기도 있었지만, 직접 체험해 볼 수는 없었다.
연하곤란 및 기도흡인 위험 감소를 돕는 식품도 전시되어 있었다.
다음은 욕실 용품 Zone
각자 앉고 싶은 의자에 앉아서 가이드 언니의 설명을 들었다.
우리가 앉아 있는 의자는 욕실 안에서 고령자 분들이 앉을 수 있는 의자들이었다.
그 중 내가 선택하여 앉은 의자. :)
욕실에서 가장 많이 발생하는 사고가 낙상 사고인데, 그 이유가 단순히 서 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고령자 분들은 다리에 힘이 많이 없기 때문에 더 사고가 잘 발생할 수 있는데, 의자에 앉아 있는 것만으로도 사고 위험을 많이 낮출 수 있다고 했다.
다양한 종류의 의자와 손잡이도 있었다.
힘이 많이 없는 사람들이 저 손잡이를 잡고 자신의 몸을 지탱하고, 일으킬 수 있는 힘은 있을 지 의구심이 들었다.
알아서 씻겨주는 자동 목욕 제품도 있었다.
대부분의 제품이 일본에서 만들어진 것들이었다.
일본은 이미 노령 인구가 많고, 우리나라도 일본 상황과 점점 비슷해지고 있는데, 우리나라에는 과연 실버 세대를 위한 제품들이 얼마나 많이 개발되고 있고, 시스템이나 제도 등을 준비하고 있는지 걱정이 되었다.
아래 제품은 거동이 불편한 사람을 위해 개발된 욕조인데, 기계에 누우면 기계가 욕조로 내려가는 것이 아니라, 욕조가 위로 올라온다. 거동이 불편한 사람이 누워 있다가 기계가 내력가게 되면, 아래로 떨어지는 기분이 들어 이를 배려하여 욕조가 올라오도록 만들어진 제품이라고 한다.
아래는 방에 놓고 사용할 수 있는 옛날로 치면 요강과 같은 의자 변기이다.
겉으로 보기에는 딱딱한 의자처럼 보이는데, 방석을 들면 아래는 변기가 숨어 있다.
팔을 기댈 수 있는 의자 변기도 있고,
비대 시스템이 장착된 의자 변기도 있고,
이 의자 변기는 변기 아래에 자동으로 용변을 처리해 주는 기계가 장착되어 있어 가격이 비싸다고 하였다.
거동이 불편하여 침대에 누워서 바로 볼 일을 볼 수 있는 침대도 있었다.
실제 외할머니가 오래 병치레를 하셨어서 욕창도 생긴 적이 있어 관심을 가지고 보았던 Zone이었다.
촬영한 사진은 없지만, 대부분이 침대에서 몸의 위치를 바꿔주는 메트리스들이었다.
이런 제품들을 옛날에 알았다면, 우리 외할머니도 욕창으로 고생하지 않으셨을텐데......
다음은 장애 유무나 연령에 상관없이 사용 가능하도록 디자인 된 스마트 홈을 체험하였다.
다음은 욕실 용품 Zone
신체를 자유롭게 움직일 수 없는 사람들을 위한 자동차까지 보고,
차 위에 달린 기계에는 휠체어를 쉽게 실을 수 있도록 디자인되어 있다고 한다.
우리나라 기업에서 출시한 고령친화 우수제품 전시존도 마련되어 있었는데,
제품의 종류가 10개 내외로 많지 않았고, 눈에 띄는 제품들도 없어 아쉬웠다.
나의 노후는 어떨까...... 생각해 볼 수 있는 시간이었다.
그리고 나서 오늘의 하이라이트! 생애 체험(노인 체험)!!을 할 시간.
생애 체험 시간에는 모든 짐을 사물함에 집어 넣고 체험하느라 찍은 사진이 없다.
팔목과 발목에 모래주머니를 달고, 팔꿈치와 무릎, 허리에는 잘 굽힐 수 없는 받침을 차고,
손에는 촉감을 잘 느끼지 못하도록 장갑을 착용한다.
그리고 녹내장, 백내장을 체험할 수 있는 안경을 끼고, 체험을 시작한다.
TV 같은 데서나 주변의 모든 할머니, 할아버지들이 거동이 불편하거나 녹내장, 백내장을 앓고 계시는 건 아니겠지만, 그러한 상태로 이미 되어버린 사람으로 되어 활동하려고 하니 여간 불편한 것이 아니었다.
평소에 무거운 가방을 매고 학교를 다니는 것과 모래주머니가 약간 비슷하다는 생각은 들었지만, 그러한 무게감 있는 몸을 이끌고 남은 평생을 살아야 한다고 생각하면, 삶이 무기력해지고 게을러질 것 같았다.
나이가 들어서도 본인이 원하는 일을 하고, 남에게 피해 끼치지 않고 살기 위해서 젊어서부터 정말 몸 관리 잘 해야겠다는 생각을 하였다. 그리고 체험존에서 본 제품들은 정말 소수의 사람들을 타겟으로 개발된 제품들이라 그런지 가격대가 상당했다. 혹시라도 내가 실버분들을 위한 제품을 만든다면 어떻게 저렴한 비용으로 좋은 제품을 만들 수 있을지 고민될 것 같다.
건강 100세
나는 그들을 위해서 무얼 할 수 있을까.
내가 그들처럼 되었을 때 어떤 게 필요할까.
많은 것을 느낄 수 있는 시간이었다.